적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국제수지는 경상수지, 자본수지 및 금융계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에서도 경상수지가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수지라는 말이 경상수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경상수지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및 이전소득수지로 구분되는데, 이중 상품 및 서비스수지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를 외국에 수출하면 그만큼 수요가 증가하여 생산증대를 유발함으로써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도 증가하게 된다. 반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외국에서 수입하면 그만큼 국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국내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되어 급여 또는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 이처럼 상품 및 서비스수지는 소득 및 고용과 높은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이면 외국에 판 상품과 서비스가 사들인 것보다 많으므로 수출을 통해 늘어나는 소득과 일자리가 수입을 통해 줄어드는 소득과 일자리를 상회하게 되어 전체적으로는 국민소득과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되는 외화는 외국으로부터 차입한 빚을 갚아 외채를 줄이거나 국외투자를 통해 새로운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아울러 경상수지 흑자는 경제정책수단의 선택폭을 넓혀 보다 건실한 거시경제의 운영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국내공급 부족 등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있을 경우 수입을 큰 부담 없이 늘려 물가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며 국내경기가 좋지 않을 때 경기부양책을 추진하여도 대외균형이 크게 악화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가 반드시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 통화량을 증가시켜 통화관리를 어렵게 하고 통상측면에서 우리가 흑자를 내고 있는 교역상대국으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수출품에 대해서 수입규제를 유발하는 등 무역마찰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는 외부충격에 대한 흡수력을 높이고 국민소득과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적정한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유지가 바람직하다 하겠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13년까지 상품수지의 흑자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흑자를 지속하였다. 2010년 이후에는 상품수지뿐만 아니라 본원소득수지도 흑자로 전환되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상수지 흑자가 반드시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로부터의 경제적 충격에 대비하여 적정한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998년 이후 연간기준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곤 한다.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정의는 불분명하지만 통상 경기 불황기에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하지만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여 발생하는 흑자를 의미한다. 불황형 경상수지흑자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경상수지 흑자가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제고 등에 따른 수출 호조가 아닌 소비부진이나 기업들의 국내투자 감소 등에 따라 수입이 감소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의 흑자는 단기적으로는 유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 감소 등에 따른 기업의 대외경쟁력 약화로 수추리 둔화될 가능성이 있고 국내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위험신호로 간주되고 있다.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8년과 2009년을 들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우리나라는 상품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3.6% 감소했지만 내수침체, 환율급등, 국제원자재가격 하락 등으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상품수지가 큰 폭의 흑자로 전환된 데 힘입어 400.6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또한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입 모두 전년동기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였으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여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경상수지는 335.9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였다. 한편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감소하는 경우까지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로 확대 해석하여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가격요인에 의한 수입감소를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하겠다.
출처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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